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에 대한 두서없이 긴 이야기 그럭저럭 영화휀질




이뻐 죽겠는 이 사진은 우유차님이 스캔해 주신 것임. 오우우우우 난 한마리 늑대가 되어 울테다ㅠㅠ


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긴 이야기는 쓰질 못 해. 

일단은, 난 팅테솔스가 책도 좋았지만 영화도 좋았다는 거.
반전이야 이미 알고 있었고, 책을 읽을 때도 딱히 반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오오오 그렇군, 역시, 그저 흘러가듯 읽었거든.
이게 말이지, 늘 느끼는 거지만 한번 캐릭터에 빠지면 답이 없어.
캐릭터가 좋아지면 배우도 좋아지고 그럼 영화의 결점 따위 잘 안 보여. 내가 그래서 트랜스포머도 다들 고개를 설레 설레 저을 떄
3편까지 봐 가며 오오오오 샤이어 오오오오 샘 윗윅키! 이러면서 DVD 사서 쟁이고 했던 거 아니겠어.

딱히 팅테솔스에서 결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이 영화가 책을 안 읽고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상당히 불친절하고 지루할 거라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난 이 토마스 알프레드손
(맞나? 이 이름을 잘 기억 못해서 "흔한 이름인데 손이 붙었어!"라고 말했더니 몽실레와 노붓님이 친절하게 이름을 알려주셨)
감독의 전작을 하나도 본 적이 없고, 렛미인 같은 영화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볼 영화라서 감독의 특징 같은 건 말을 못하겠어.

그저 내 느낌만 말하자면, 팅테솔스는 장면으로 말을 해. 그러니까 한장면도 놓치면 안 돼. 눈 크게 뜨고 집중해야 하지.
그 장면이라는 게 주욱 이어지는 시퀀스라기보다 정말로 그저 한 두 프레임의 장면이 다거든.
스마일리가 문에 쐐기를 끼워 놓고 침입자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거나, 앤과 빌 헤이든의 불륜을 암시하는 장면들, 
갑자기 뛰어드는 회상씬들 같은 거. 
그리고 반전이라는 것도 다른 영화처럼 파파팡 터지는 것도 아니라서 영화 전체가 아주 완만해 보이거든.
그래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지. 배우의 표정 - 특히 스마일리, 그 무심한 것 같은 달관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감정들 있잖아, 
그런 거 -, 소리, 장면.
그게 나중에 다 보고 났을 때에야, 혹은 연결되는 다른 장면이 등장했을 때에야 아, 그래서 그때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거든.
여튼 그래서 참 힘들게 봐야 하는 영화였던 거야. 

냉전시대 스파이물이라는데 총질은 하는데도 막상 총질 전투장면은 없어. 
근사한 최첨단 무기가 나오지도 않고, 섹시한 여자 스파이도 없어.
심지어 '이 서류가 적국의 손에 들어가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니 무슨 일이 있어도..!'라고 비장하게 외치는 대통령들도 없다.
영화 분위기도 웃겨. 화면은 채도를 한껏 낮춰서 탁하고 정적이야.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해. 
그런데도 영화엔 긴장이 흘러. 그렇게 예쁜 장면에 턱 하고 난자당한 시체가 나와. 애기 젖 주다가 죽은 엄마도 나오지.
이렇게 '놀래주마!'라는 부담과 압박 없이, 아무 사심없게 등장하는 이 장면들이, 
나한테는 마구 드러내는 칼부림보다도 더 잔혹하게 느껴지더라고.  

배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군. 팅테솔이 관심을 끈 가장 큰 이유가 화려한 캐스팅이었잖아.
누구나 탄복하는 개리 올드만 오빠 얘기는 할 필요도 없겠지.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거기 서 있기만 해도 영화를 지배하는 사람이니까.

놀란 건 콜린 퍼스였음. 난 콜린 퍼스가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하나도 끝까지 본 게 없거든.
심지어 르네 젤위거랑 같이 나온.. 뭐더라, 브리짓 존스? 그것도 보다가 때려 치웠으니까. 책으로만 보고.
그래서 콜린 퍼스라는 사람의 존재감을 전혀 몰랐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어.
배짱도 있고 이상도 있고 머리도 좋고 여유도 부릴 줄 알면서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빠져들게 하는 매력의 소유자.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남자? 그러면서도 늙은 여우 같이 사방을 살피고 계략을 꾸미는 남자.
- 가 내 머리 속의 빌 헤이든인데 이제는 그냥 콜린 퍼스가 됐어. 대사도 많지 않은데, 
방 안에 앉아 있으면 스마일리와 오롯이 1:1로 대비되는 강한 존재감이 있었어. 그래서 좋더라.

토마디는. 토마디는 연기가 아니었슴다. 그건 그저 일반인 토마디가 그냥 자기 생활을 보여줬을 뿐... 막 이러고.

베네딕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얘기가 완전 길어지겠는데. 
스마일리도 헤이든도 리키 타르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가 아니면 안돼'라고 머리에 박힐 것 같은데
베네딕, 너는 안타깝게도 그런 완성된 느낌을 주질 못했어.
난 피터 길럼 - 아니, 영화에서 나오는 발음대로라면 귈럼, 혹은 귈렘 역에 딴 사람을 찾으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베네딕 팬이고, 베네딕이 화면에 나오면 그저 눈이 베네딕만 따라가고, 그 목소리가 귀에 탁 와서 박히고 했던 건 인정하지만
아직도 넌 거물들이랑 같이 서서 존재감을 뽐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더라.
그리고 연기 말이지. 네 극적이고 과장된 연기 톤은 셜록에서는 완전 100%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주는데,
이런 영화에서는 아니었어. 셜록은 인물 자체가 showing off하고 거만하고 드라마틱해서 베네딕의 연기톤하고 너무 잘 맞아.
그런 베네딕이 차분한 역에 오면 - 피터 귈럼이 차분하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야 하는 그런 역을 말하는 것임 - 
쟤 연기하고 있다. 연기하고 있다. 연극적이야. 연극하니?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야.
연극을 오래 해서일까. 아니면 이게 그냥 네 색깔일까. 

물론 팅테솔에서 유일하게 감정 폭발하는 캐릭터가 귈럼이긴 해. 리키 타르? 걔는 생활연기라고 냅두자니까.
귈럼은 애인하고 헤어지면서 울고, 담배 피우면서 시름에 젖고, 적들의 농간에 휘말려 의심하고,
리키 타르한테 분노를 터뜨리며 주먹질을 하지. 그래서 당연히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요소는 귈럼한테 다 가 있긴 한데,
근데도 베네딕은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곤란하단 말이야.
Fortysomething에서도 그랬고, Starter for Ten에서도 그랬어. 
그렇지만 Stuart: A Life Backwards나 Thirdstar에서는 안 그랬거든. 
아예 안 그런 건 아니고 덜했거든.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웠어.
처음엔 그래서 네가 하는 모든 연기가 다 연극적인가 하고 생각했다가, 안 그래 보이는 역도 있다는 걸 깨달은 참이야.
여튼, 셜록이 아닐 때 보고 있으면 어쩐지 오글거리게, '연기'하는 부분이 눈에 띈단 말이야.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
지금은 괜찮지만, 나이 들어서도 롱런하려면 절제가 필요할 것 같아. 흔히 말하는 '내면 연기', 그거 있잖아. 그거.

그건 마틴한테 좀 배워도 좋겠다. 셜록 시즌 초반에 마틴더러 연기 못한다는 애들이 있었지. 
못하는 영어로 텀블러에서 내가 막 열뻗쳐서 막 갈겼었는데.
마틴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워. 
그런 마틴이 감정 폭발하고 동작 과잉, 표정 과잉의 베네딕 옆에 있으니 당연히 연기를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근데 사실은 마틴처럼 하는 연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단 말이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던 존 왓슨이 처음 돌변했던 게 나한테는, 마이크로프트와 처음 만나던 창고였는데.
마이크로프트의 말에 일순 변하던 마틴 표정이 생생해. 
허허허 하던 하나도 안 위협적이던 아저씨가 눈빛이 확 돌변해설랑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거야.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마틴을 보면서 연기를 못한다고 말할 수가 있냐, 내가 그랬었어. 
그 순간적인 변화가 소름끼치지 않더냐, 
그 변화가 존 왓슨을 말해주는데 그걸 보면서도 마틴이 연기를 못한다고 감히 말할 수가 있냐, 내가 막 화냈거든.
... 아무도 읽어주는 사람 없었지만, 하여튼.

네딕아, 네딕아. 내가 이렇게 까는 것도 다 애정이다. 사랑하니까 까는 거다. 알지? 응?
네 얼굴도 네 연기도 무지 무지 좋은데, 난 잠깐 하고 말 팬질을 하는 게 아니라서 네가 롱런했음 좋겠어.
네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개리 올드만 오빠처럼 계속 계속 남으려면 네가 버려야 할 것들도 있을 것 같아.


덧글

  • 2012/02/21 22: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피피앙 2012/02/23 08:39 #

    그거 영화 걸려 있을 때 볼까 말까 하다가 안 봤더니. 콜린 퍼스가 원최 내 취향이 아니다 보니... 또 이렇게 나한테 킹스 스피치를 들이미시나요 으음
  • Novus 2012/02/22 09:28 # 답글

    한 줄 한 줄에 2222222222를 붙이고 싶어지네요. 저도 ttss는 간만에 리뷰를(한 일년 넘은 듯 ㅋㅋ) 써볼까 싶은 영화였는데 빵님께서 제 맘을 스캔해주셨음.>ㅆ< 덕분에 안 써또 되겠...(응?) 베네딕의 연기에 대한 부분은 저도 격공감 하여요. 네딕아 선배들을 보고 더 내공을 닦아서 더 오래 남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 뭐 이런 기분...
    배우들의 팬이 아니었더라도 영화가 너무 취향이에요.ㅜㅜ 왜 이렇게 빨리 내리고 있는지 원.... ㅠㅠ
  • 피피앙 2012/02/23 08:40 #

    동감해 주시니 다행입니다요. 쇤네 혼자 막 떠벌 떠벌해 놓고 누군가 '네가 틀렸어!'라면서 틀린 이유를 또 조목 조목 짚으실까 봐 걱정했거등요.
    영화 취향이에요 22222 게다가 쇤네는 쇤네한테 이런 취향이 있었는지도 몰랐
  • 2012/02/22 10:5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피피앙 2012/02/23 08:42 #

    우리나라 분들 중 프랑켄을 본 사람은 선택받은, 하늘이 내린 몇분 밖에 없을걸요. ;ㅁ; 아으으 진짜 부럽
    연극도 참.. 영국 배우들 연극 참 많이 하던데, 그래도 베네딕은 좀 유달리 연극퓔이 나요. 그게 본인의 색이고 개성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가끔은 그 부분을 죽여야 캐릭터가 더 잘 살텐데, 싶을 때도 있고 좀 그렇습니다.
  • 리히테르 2012/02/22 23:31 # 삭제 답글

    아... 오래간만에 빵님 블로그에 들어오니 이런 강 같은 포스팅이... 눕겠습니다. 오늘 눕겠어요. 저 역시 베니가 롱런하는 걸 원하는 엄마의 마음으로서 빵님 말씀에 공감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폭풍눈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연극계에서 오래 머물러서 약간 그런 쇼하는 것 같은? 그러니까 드러내는 연기를 더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아무래도, 아직 젊으니 나이가 먹으면 차차 다듬어지지 않을까요... 아직 콜린퍼스, 마틴프리먼이나 게리 올드만에 비하면 한참 어리니까요. 그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피피앙 2012/02/23 08:43 #

    동감해 주시니 다행입니다요.22222222
    내 새끼 오래 오래 잘 돼야 할텐데 말입니다;ㅅ; 오래 고생하고 이제 떴으니 쭉 잘 나가야 하는데, 감독들이 얘 인물 말고 '연기톤이 내 영화랑 안 맞아!'이러지 않을까 쓸데없이 걱정되고;ㅅ; 많이 많이 찍고 더 많이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사와요. 이왕이면 평범한 블록 버스터 좀 찍어서 영화관에도 좀 오래 걸리고.....
  • ceberus 2012/02/25 10:36 # 삭제 답글

    결론: 베네딕은 까야 제맛 ddd
    근데 확실히 주변 배우들이 다 전설의 레전드 만렙찍은 인간들이니....아직 경험치를 더 쌓아야겠죠 @_@ 그래도 발연기부터 시작한 배우는 아니니까요. 마틴은 레벨 40 베네딕은 30...역시 초딩....(야;;; )
  • 피피앙 2012/02/26 10:42 #

    그르게요. 잔잔한 호수 같은(혹은 늪 같은, 혹은 저수지 같은) 게리 오빠 옆에 있으니까 더 티나요 우엥. 그치만 쇤네는 베네딕이 어린 나이도 아니고 벌써 서른 중반이니까..하는 조바심도 좀 있사와. 이왕이면 지금 완전 잘해서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막 이래요. ..솔직히 말하면 쇤네가 더 늙기 전에! 이런 심정입니다;ㅅ;
    사실 베네딕 연기 못한다는 소리는 어디 가서도 안 듣고 쇤네도 얘 참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걍 눈에 자꾸 밟혀서요. 그냥 헛소리 주절주절해 봤사와요.
  • 아무개 2012/03/01 20:24 # 삭제 답글

    읽으면서 연신 끄덕끄덕. 벤의 최고 작품이 스튜어트와 써드 스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를 몰랐는데 빵님 글을 보다 보니 이유를 알겠어요. (그렇다고 다른 작품들의 연기가 처진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 제 취향이 그렇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임다.)
    원작을 안 봐서 그런지 저는 벤 길럼도 좋았습니다. 너구리 영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약은 척 해보려 하는 애송이 도련님 같아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ㅋㅋㅋㅋ. 불려갔을 때 태연한 척 하다가 리키가 배신자란 말에 쉽사리 넘어가는 것도, 게리옹이 카를라 이야기할 때 어색하게 늘어져서 담배 물고 있는 것도, 도청장치 테스트 하는데 시를 -그것도 ㅈㄴ 비장한 시를- 읊어대는 것도 뭔가 허세가 생활인 애송이 같...ㅋㅋㅋㅋ
    영화 참 좋아서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내려가버려서 아쉬웠어요. 원작을 몰라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원작 보신 분들은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부러워요 부러워요 부러워요오.

    그리고 마틴 연기! 맞아요! 마틴에 비하면 벤은 애송이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마이크로프트와의 대면씬 하나만으로도 마틴은 BAFTA 상 받을 만했어요. >.<b 거기에 제니퍼 윌슨을 처음 보았을 때 표정과 저격수들이 셜록의 이마를 겨누었을 때 표정을 보면... 으악.
  • 피피앙 2012/03/04 01:55 #

    벤 귈럼(영화의 발음대로라면) 좋습니다
    벤 귈럼 사랑합니다
    물론 제 머리 속의 차가운 영국남자 냉미남 벤 귈럼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애기 같이 이것 저것 손 가게 만들 것 같은 남자였지만 의외로 단순해서 남의 말 잘 믿을 것 같은 남자였지만 그래도 그저 좋았지 않았겠습니까
    벤 귈럼이기 때문이었지요........... 톰 귈럼이라든가 잭 귈럼이라든가 맷 귈럼이었으면 실망했을지도 모릅니다(저 이름을 가진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습니다)
    전 마틴이... 아직도 창고씬에서 변하는 표정만 보면 그저 좋아 죽습니다ㅠㅠ 아저씨 너무 멋진 거 아닌가요 그 순간의 변화란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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